덕연서원 함안 칠원읍 문화,유적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들던 늦은 아침, 함안 칠원읍의 덕연서원을 찾았습니다. 마을 뒤편 완만한 구릉지 위에 자리한 서원은 담백하고 단정한 모습이었습니다. 붉은 기와와 흰 담장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주변의 소나무 숲이 부드러운 향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덕연서원은 조선 중기의 학자 이정(李楨)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곳으로, 그의 학문과 덕행을 후세에 전하기 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덕연(德淵)’이라는 이름은 ‘덕의 근원이 흘러내린다’는 뜻으로, 사람의 근본을 닦는 배움의 터라는 상징을 담고 있습니다. 조용한 바람과 함께 공간 전체가 가지런히 정돈된 느낌이었습니다.
1. 칠원읍 중심에서 서원으로 향한 길
덕연서원은 함안읍에서 차로 약 15분 거리, 칠원읍 무기리 마을에 위치해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덕연서원’으로 검색하면 정확히 안내되며, 진입로는 마을길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집니다. 입구에는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79호 덕연서원’이라는 표지석이 서 있고, 그 옆에는 소규모 주차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주차 후 서원까지는 돌담길을 따라 도보로 2분 정도 걸으면 됩니다. 길가에는 대나무와 감나무가 번갈아 서 있었고, 가을의 햇살이 그 잎사귀를 비추며 반짝였습니다. 마을 어르신 한 분이 낙엽을 쓸고 계셨는데, 인사를 나누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니 이 서원이 예전엔 유생들의 학문 도장이었다는 말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길이 이미 서원으로 들어가는 예스러운 입구 같았습니다.
2. 서원의 구조와 첫인상
서원은 전형적인 전학후묘(前學後廟) 형식으로, 정문인 홍살문을 지나면 명륜당이 넓은 마당 중앙에 자리합니다. 명륜당은 정면 세 칸, 측면 두 칸의 팔작지붕 구조로, 단아한 목재의 색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기둥은 굵고 곧으며, 서까래의 배열이 가지런해 정제된 인상을 주었습니다. 마루에 앉으면 바람이 산에서 불어와 기둥 사이를 통과하며 부드럽게 머물렀습니다. 좌우에는 유생들이 거처하며 공부하던 동재와 서재가 대칭으로 놓여 있고, 뒷편에는 제향 공간인 사당이 자리해 있습니다. 명륜당의 현판에는 ‘德淵書院’이라는 글씨가 힘차게 새겨져 있었고, 그 필체에서 학문과 인품의 깊이가 전해졌습니다. 단청은 거의 사라졌지만, 오히려 그 나무결이 서원의 품격을 더했습니다.
3. 덕연서원의 역사와 의미
덕연서원은 조선 인조 12년(1634)에 건립되어, 조선 중기 학자 이정(1560~1623) 선생을 배향하기 위해 세워졌습니다. 그는 퇴계 이황의 학맥을 이은 인물로, 평생을 학문 연구와 후학 양성에 바쳤다고 전해집니다. 인조 때에는 그의 학문과 인품이 인정받아 조정에서 ‘덕연’이라는 서원명을 하사했습니다. 서원은 지역 유림들의 교육과 제향의 중심지로 기능하며, 함안과 인근 지역의 선비 문화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1871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일시 폐쇄되었으나, 이후 후손과 유림들의 뜻으로 복원되었습니다. 안내판에는 “덕의 근원은 사람의 마음에 있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고, 그 문장이 서원의 이름과 정확히 겹쳐졌습니다. 이곳은 학문과 인격을 함께 닦던 상징적인 공간이었습니다.
4.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풍경
서원은 낮은 언덕에 자리해 있어 사방이 탁 트여 있습니다. 명륜당 앞마당에서 바라보면 들판과 멀리 산의 능선이 이어지고, 바람이 불면 억새와 풀잎이 함께 흔들립니다. 마당 한편에는 회화나무 한 그루가 서 있어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잎사귀가 부드럽게 움직였습니다. 사당으로 이어지는 돌계단 옆에는 이끼가 끼어 있었고, 돌 위로 햇빛이 고요히 내려앉았습니다. 새소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으며,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명륜당의 마루 위에서 반짝였습니다. 봄에는 매화와 산벚이 피고, 여름에는 녹음이 짙으며, 가을에는 단풍이 담장을 붉게 물들입니다. 겨울에는 눈이 처마 끝에 얹혀 더욱 단정한 풍경을 만듭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색이 서원의 고요함과 어우러졌습니다.
5. 함께 둘러볼 인근 명소
덕연서원을 둘러본 뒤에는 차로 10분 거리의 ‘칠원향교’를 방문했습니다. 향교의 단정한 구조와 조선 유학의 전통이 서원과 맞닿은 느낌이었습니다. 이어서 ‘무진정’으로 이동해 연못과 정자를 거닐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고, 점심은 칠원읍의 ‘덕연식당’에서 재첩국과 시래기된장을 맛보았습니다. 오후에는 ‘함안박물관’을 찾아 지역의 가야시대 유물들을 관람했습니다. 덕연서원, 칠원향교, 무진정을 잇는 코스는 학문과 자연, 그리고 지역의 역사까지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여정이었습니다. 하루가 짧게 느껴질 만큼 차분하면서도 알찬 일정이었습니다.
6. 방문 시 알아두면 좋은 점
덕연서원은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입장료는 없습니다. 주차장은 입구 옆 공터를 이용하면 되고, 서원까지 도보 2분 정도의 짧은 거리입니다. 내부 마루는 신발을 벗고 오를 수 있으며, 음식물 반입은 제한됩니다. 오전에는 햇살이 명륜당 정면을 은은하게 비추며 사진이 선명하게 나오고, 오후에는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제향일(봄·가을)에는 유림이 모여 제례를 올리므로 관람 시 조용히 머물러야 합니다. 여름에는 벌레가 많고, 겨울에는 언덕길이 미끄러우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안내문에는 이정 선생의 생애와 서원의 유래가 자세히 적혀 있어, 관람 전 읽어두면 감상이 한층 깊어집니다.
마무리
덕연서원은 화려하지 않지만, 절제된 선과 고요한 품격이 돋보이는 공간이었습니다. 목재의 질감과 돌계단의 마모, 그리고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빛이 오랜 세월의 흔적을 조용히 전하고 있었습니다. 마루에 앉아 들판을 바라보니, 학문을 닦던 선비들의 고요한 호흡이 느껴졌습니다. ‘덕이 깊으면 연못이 맑다’는 말처럼, 이 서원은 맑고 단단한 인품의 상징처럼 서 있었습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그 본질이 변하지 않는 공간, 덕연서원은 지금도 조용히 함안의 유학 전통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봄, 매화가 피어나는 시기에 다시 찾아 그 고요한 풍경 속에서 서원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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