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고막천석교: 세월과 자연이 어우러진 조용한 돌다리 산책 가이드

흐린 하늘 아래에서 바람이 느리게 불던 늦가을 오후, 함평 학교면의 고막천석교를 찾았습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고막천 위로 길게 뻗은 석교는 첫눈에 단단하고 고요했습니다. 다리 아래로는 물이 잔잔히 흐르며 돌기둥 사이로 부딪히는 소리를 냈고, 그 위로 낙엽 몇 장이 천천히 흘러갔습니다. ‘국가유산 함평고막천석교’라 새겨진 표석 옆에서부터 돌다리의 윤곽이 또렷이 보였습니다. 다리의 색은 세월에 따라 은빛을 띠었고, 물비늘이 반사되어 그 위로 잔잔한 빛이 흘렀습니다. 차분히 다리 위를 걸으니 발밑에서 돌의 결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오래된 다리지만 균형 잡힌 선과 묵직한 기운이 여전히 살아 있었습니다. 시간의 흔적 속에서도 단단히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1. 마을과 함께 이어지는 길의 초입

 

고막천석교는 학교면 고막리 마을 중심부를 지나는 고막천 위에 자리합니다. 함평읍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이며, 도로 옆에 작은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다리로 향하는 길은 넓지 않지만, 양옆으로 감나무와 대나무가 어우러져 운치가 있었습니다. 다리 입구에는 ‘석교입구’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그 아래로는 낮은 돌계단이 이어집니다. 계단을 오르며 들리는 물소리가 발걸음을 느리게 만들었습니다. 주변은 한적한 들판으로 둘러싸여 있어 소음이 거의 없었습니다. 농로를 걷는 주민 몇 분이 가볍게 인사를 건넸고, 그 평온한 분위기 덕분에 자연스레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강변의 풀 냄새와 함께 돌의 차가운 향이 섞여 들었고, 그 향이 오래된 다리의 나이를 대신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2. 석교의 구조와 견고한 아름다움

 

고막천석교는 조선 후기 축조된 돌다리로, 아치형의 돌무지다리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총 길이는 약 35미터, 폭은 3미터 정도이며, 8개의 돌기둥이 물 위를 고르게 지탱하고 있습니다. 다리를 구성하는 석재는 모두 지역에서 채석한 화강암으로, 표면이 자연스럽게 마모되어 있었습니다. 기둥과 상판이 정교하게 맞물려 있어 틈이 거의 없었고, 돌 위로 이끼가 고르게 퍼져 있었습니다. 다리 중간쯤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물살이 기둥에 부딪히며 작은 소용돌이를 만듭니다. 아치의 곡선이 낮게 깔려 있어 무게감이 느껴졌고, 오래된 석조 건축의 정밀함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발끝에서 전해지는 돌의 단단함이 세월을 견딘 이 다리의 품격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3. 지역의 역사와 생활이 남은 흔적

 

고막천석교는 단순한 교량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생활길이자 역사의 일부였습니다. 조선시대부터 인근 농경지와 함평읍을 오가던 주요 통로로 사용되었고, 장날이면 사람과 짐수레, 가축까지 이 다리를 건넜다고 합니다. 지역 기록에 따르면, 홍수에도 무너지지 않았던 다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이 다리가 함평 사람들의 근성 같은 거지요”라며 웃었습니다. 다리 끝에는 제방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이 있고, 그 옆에는 작은 비석 하나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사이로 돌 비문이 드러났는데, 거기에 새겨진 이름들이 세월을 말없이 증언하고 있었습니다. 다리 위를 걸으며 발소리 대신 들리는 물소리가 이 지역의 오랜 삶의 리듬처럼 느껴졌습니다.

 

 

4. 세심하게 유지된 보존의 흔적

 

고막천석교는 크지 않은 유산이지만 관리가 세심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다리 주변의 풀은 일정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하천 정비로 인해 물길이 안정적으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다리 한쪽에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축조 연도와 복원 과정을 설명하고 있으며, QR코드를 통해 당시의 복원 사진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난간이나 인위적인 구조물이 추가되지 않아 원형의 미가 잘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작은 벤치가 하나 놓여 있었고,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잠시 쉬며 다리를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돌 위를 따라 햇빛이 움직이는 모습이 느리게 이어졌고, 그 흐름조차 이 다리의 시간과 어울렸습니다. 보존이 곧 삶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든 장소였습니다.

 

 

5. 고막천 주변의 산책과 함께 즐기는 길

 

다리를 건넌 뒤, 고막천을 따라 이어지는 제방길을 걸었습니다. 길은 평탄하고 물소리가 가까워 산책하기에 좋았습니다. 10분 정도 걸으면 ‘학교면 느티나무 숲’이 나오는데, 오래된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우며 시원한 분위기를 냅니다. 조금 더 이동하면 ‘함평자연생태공원’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기에 적합합니다. 근처에는 ‘고막리 국수집’이라는 작은 식당이 있는데, 국물 맛이 담백하고 시골의 정취가 느껴졌습니다. 식사 후 다시 다리 쪽으로 돌아오면 석교 위로 비치는 노을빛이 한층 부드럽게 번집니다. 물결에 반사된 빛이 돌 아래를 흔들며, 마치 다리 자체가 호흡을 하는 듯했습니다. 그 순간이 하루 중 가장 평화로웠습니다.

 

 

6. 관람 전 알아두면 좋은 점

 

고막천석교는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입장료는 없습니다. 다리 위 통행이 가능하지만, 우천 후에는 표면이 미끄러우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돌 사이 틈에 이끼가 많아 운동화나 미끄럼 방지 신발을 신는 것이 좋습니다. 여름철엔 주변이 습해 벌레가 많을 수 있으므로 긴 옷차림을 추천드립니다. 해 질 무렵에는 다리 아래 반사광이 아름다워 사진 촬영에 좋은 시기입니다. 차량은 인근 마을 주차공간을 이용하면 되며, 쓰레기 반입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조용히 머물며 물 흐르는 소리와 돌의 질감을 느껴보면 이 유산의 진면목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천천히 걷는다면, 고막천이 품은 세월의 깊이를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마무리

 

함평고막천석교는 화려한 다리는 아니지만, 단단함과 정직함으로 기억되는 곳이었습니다. 돌 하나하나에 사람의 손길이 남아 있었고, 그 위를 흐르는 물은 세월의 증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다리 한가운데에 서서 바람을 맞으니, 지금도 옛사람들의 발걸음이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도시의 다리와 달리 소란스러움이 없고, 오직 자연과 함께 숨 쉬는 다리였습니다. 다시 방문한다면 봄에 들러 신록 속에서 이 다리의 새로운 색을 보고 싶습니다. 함평의 조용한 풍경 속에서, 고막천석교는 세월을 견디며 지금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바람과 물소리, 그리고 돌의 냉기가 어우러진 그 고요함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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